진정한 덕의 철학, 바벨 슈러그
운동을 오래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기록보다 시선이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무게가 아닌 “어떻게 보이는지”, 근력보다 “어디에 비쳐지는지”가 중요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시기에 견유학파 철학을 접했고, 동시에 바벨 슈러그를 루틴에 넣으면서 이상하게도 마음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견유학파의 ‘진정한 덕’과 바벨 슈러그는 언뜻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내가 직접 경험해 보니 두 개념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화려함을 버리고,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가장 중요한 근육을 단련하는 행위. 이 글은 내가 철학을 이해하고, 실제 훈련을 통해 체감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정보성 기록이다.

1. 견유학파가 말하는 ‘진정한 덕’을 이해하게 된 계기
명예와 평가에서 멀어질수록 선명해진 기준
견유학파에서 말하는 덕(ἀρετή)은 사회가 칭찬하는 성취와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들이 부·지위·명성을 덕의 조건으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읽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내 운동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기록이 늘어도 만족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진짜 원하는 덕이 외부 평가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몸으로 실천되는 덕이라는 관점
견유학파는 덕을 사상이나 말이 아니라 ‘생활 태도’로 증명했다. 거리에서 생활하고, 비웃음을 견디며,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과정 자체가 덕이었다. 이 관점은 이후 내가 운동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덕은 말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위 속에 있었다.
2. 바벨 슈러그를 통해 느낀 단순함의 위력
가장 단순한 동작이 가장 어렵게 느껴진 이유
바벨 슈러그는 동작 자체만 보면 매우 단순하다. 바벨을 들고, 어깨를 올렸다가 내린다. 하지만 처음 제대로 수행했을 때, 나는 예상보다 빠르게 승모근이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반동 없이, 속임 동작 없이 수행하는 슈러그는 생각보다 훨씬 정직한 운동이었다.
허영을 허용하지 않는 운동 구조
이 운동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기술이 거의 없다. 복잡한 루틴도, 화려한 보조 장비도 필요 없다. 오직 바벨과 내 어깨만 존재한다. 이 점이 견유학파가 말한 ‘불필요한 것의 제거’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3. 견유학파의 진정한 덕과 바벨 슈러그의 공통 구조
덜어낼수록 강해지는 방식
견유학파 철학을 이해하면서 깨달은 점은, 그들이 무언가를 더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벨 슈러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스트랩, 반동, 과도한 중량 욕심을 하나씩 내려놓을수록 오히려 승모근의 수축감이 선명해지는 경험을 했다.
고립 속에서 드러나는 진짜 상태
슈러그는 승모근을 고립시키는 운동이다. 다른 근육이 도와줄 여지가 적다. 이 고립 상태는 사회적 역할과 기대를 벗겨낸 개인의 민낯과 닮아 있었다. 숨길 수 없고, 속일 수도 없었다.
4. 개인 경험으로 정리한 바벨 슈러그 수행 원칙
무게보다 중요한 정적 수축
나는 슈러그에서 ‘올리는 높이’보다 ‘올린 상태를 버티는 시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2초 정적 수축을 추가하자 승모근의 사용감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 과정은 견유학파가 말한 인내와 절제의 훈련과 매우 닮아 있었다.
훈련 태도가 바뀌며 달라진 신체 반응
12주 이상 꾸준히 바벨 슈러그를 수행하면서 목과 어깨의 안정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자세가 바뀌고, 어깨가 말리는 습관도 점차 사라졌다. 무엇보다 “굳이 과시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태도가 몸에 배기 시작했다.
5. 현대적 삶에서 체감한 진정한 덕의 의미
보여주기 위한 근육과 존재하기 위한 근육
견유학파의 덕은 보여주기 위한 가치가 아니었다. 바벨 슈러그 역시 마찬가지다. 이 운동은 사진보다 실제 체감에서 의미가 크다. 내가 느낀 안정감과 단단함은 외부 시선과 무관하게 존재했다.
어깨 위에 남는 것은 허영이 아닌 힘
무거운 바벨을 어깨 위로 끌어올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사회적 허영도 이만큼 무겁겠구나. 그리고 그것을 견뎌내는 힘이 곧 덕이라는 것을. 견유학파의 진정한 덕은 바벨 슈러그처럼 소박하지만, 꾸준히 하면 분명한 흔적을 남긴다. 겉이 아닌 내면과 구조를 바꾸는 힘. 나는 지금도 이 운동을 통해 그 덕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다.
맺음말
견유학파의 진정한 덕과 바벨 슈러그는 모두 “버텨낼 수 있는 힘”에 대한 이야기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 어깨 위에 올리는 행위.
화려하지 않지만 흔들리지 않는 강함을 원한다면, 철학과 운동 모두에서 답은 이미 충분히 단순하다.